저자의 변
책을 쓰는 작가는 이야기 소재를 찾아다니는 부류이다. 관심종자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필자가 두 차례 당한 금전사기 건을 다룬 대화체 소설이다. 얼굴 없는 그들과 나눈 문자 교환을 이 날의 준비로 그때그때 기록으로 저장해둔 그 원고이다.
몇 년 동안 끊었다 다시 연결한 페이스 북에서 채팅이 시작된 첫 해외인물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유엔평화유지군으로 근무한다는 여군 장교였다. 그 나라의 불안정한 정세환경과 일상생활의 소식을 소재로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그 가상의 인물과 카카오톡 교제를 장시간 나눴다. 그러나 여군 장교는 가짜였고, 그 사기꾼의 심부름을 도맡아 하면서 돈을 빼앗긴 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런 사건을 처음 당한 즉시 경찰에 신고하여 범인검거를 일임했다. 경찰에서 밝혀낸 범인은 디알로 마모로우(DIALlO MAMOUDOU. 기소중지), 국적은 세네갈 인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수사를 맡은 경찰관이 주의하라는 차원에서 삭제하라는 조언의 따라 디알로 마모로우 건 자료는 여기에 담지를 못했다. 서너 달 지나 사건을 송치 받은 남부지방검찰청에서 수수료 내고 손에 쥔 자료는 신청 전체 내용 중 극히 일부라 스스로 폐기처분했다.
앞전의 사기 건보다 금액이 높은 두 번째 사건 대상은 미국소재 병원에서 근무한다는 간호사였다. 페이스 북에 공개한 몇 장의 사진은 영락없이 건전한 금발의 Sophia Corbett 여성이었다. 이 건도 경찰신고를 거쳤는데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을 이년 가까운 지금까지도 듣지 못하고 있다.
다른 작품에 몰두하는 나 그동안 묻혀둘 밖에 없었던 이 원고를 출간하기로 결정내린 후 다듬는 편집 과정에서 필자는 그 당시 기억들로 후회와 반성을 거듭했다. 후회는 어처구니없이 당한 노골적 원통이었고, 반성은 더는 당하지 않겠다는 결의였다. 사람은 당해봐야 정신을 차린다. 그렇지 않으면 남의 얘기로만 들으면서 콧방귀를 친다.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는 단연 보이스 피싱이다. 많은 분들이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당한 금전피해로 풍비박산 난 원통을 땅을 치며 하소연하고 있다. 이 사무친 한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수도 언론보도로 자주 접하고 있다. 필자가 금발의 Sophis Corbett 편에서 보낸 부산은행을 거쳐 3회 마지막으로 돈을 부친 통장 명의 분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그 사건을 수사했던 부산경찰서 측으로부터 직접 들었다.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전화기 이용으로 금전 갈취를 수소문하는 그들은 인간의 금도(禁度)를 크게 넘은 악마 중에 악마들이다. 저 배 불리려 사람들의 피를 흡혈하는 그들은 무척추 거머리들이다.
김성호
시인 : 소설가이며 성미출판사 대표이다.
월간〔한국 시〕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장편소설『방황하는 영혼들』
『누구를 위하여 눈물을 흘려야 하나』
『삶의 숨결』
시집으로는『불타나이다』『내 혼아 깨어라』
『아침을 맞으면서』『인적이 끊기면』
『마음의 사랑을 찾아서』『내 손을 잡아 주소서』
『성산에 오를 자 누구리오』『교회 가는 할머니』등이 있다.
산문『그리스도를 따르리』『꿈을 좇는 마음의 삶』
인문교양『글말이 생성되는 장소』를 쓰기도 했다.